정지용의 시 ｢산엣 색씨 들녁 사내｣의 사냥 구조와 신화적 원형

Abstract

정지용의 시 ｢산엣 색씨 들녁 사내｣는 “산엣 색씨”와 “들녁 사내”의 결합을 사냥 서사로 형상화하여 원초적 자연과 인간 문명의 대립 및 통합을 탐구한 신화적 작품이다. 작품은 몰이사냥의 절차에 따라 ‘사냥 준비–몰이–포획–귀환과 축제’의 네 단계로 구성되며, 전반부에서 갈등이 고조되고 후반부에서 갈등이 해소되는 대칭 구도를 이룬다. 작품의 신화적 원형은 고조선과 고구려 건국신화의 신성혼(神聖婚)에 있으며, 고구려 건국신화의 납치혼 모티프와 고조선 건국신화의 변신 모티프를 창조적으로 융합하여 새로운 남녀 결연 서사를 창출하였다. 이 과정에서 신화 속의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남녀 관계를 수평적이고 상호적인 관계로 재편하여 여성 주체의 서사적 회복을 도모하였다. 이와 같은 신화의 재서사화는 신화 안팎에서 차별과 소외를 겪는 여성 존재들에 대한 문학적 구원이자 상징적 보상이다. 아울러 형식적인 면에서도 구연하는 화자를 도입하여 신화 초기 전승의 구술 전통을 복원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