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발턴 여성의 시와 봉기: 1980년대 ‘버스안내양’의 문화적 재현과 최명자 시의 문제성
- Alternative Title
- Poetry and Uprising of Subaltern Women: The Problematic Representation and Speech Act of Female Bus Attendants and the Poems by Choi Myung-ja
- Abstract
- 이 글은 ‘서발턴 여성은 말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난제로 만드는 조건과 맥락을 보다 세밀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1970~80년대 ‘버스안내양(여차장)’의 화행, 그것에 대한 다양한 문화 양식의 재현, 그 가운데 말해지거나 말해지지 않았던 것들을 중층결정한 정치·사회·문화적인 역학을 분석한다.
특별히 영화 <도시로 간 처녀> 사건과 영화 속 ‘버스안내양’ 재현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당대 대표적인 도시 서발턴 여성이었던 ‘버스안내양’들이 다음과 같은 이중구속의 상태에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버스안내양’은 개발독재정권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동원된 피지배 대상으로 간주되거나, 섹슈얼리티의 폭력과 착취의 대상으로 재현된다. 둘 중 어느 쪽이든 ‘버스안내양’은 자신의 말과 행위의 주체로서 재현될 수 없고, 구성될 수도 없다. 그리하여 집단적인 시위는 물론이거니와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방식까지 동원하여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했던 ‘버스 안내양’들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읽힐 수도 없었던 “디페랑의 공간” 속에 남아 있게 된다.
한편 1985년 ‘버스안내양’ 출신으로는 최초로 시집을 출간한 최명자 시의 문제성을 기성 문화에서 ‘버스안내양’을 재현해온 방식과 맥락에 맞세워 볼 때, 규범적 재현과 지배 이데올로기의 코드화, 담론환원적 해석을 이탈하고 초과하는 시적 발화의 양상이 드러난다. 서발턴 여성이 말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화행으로서 서발턴 여성의 시 쓰기는 그녀들의 봉기와 마찬가지로 서발턴 여성 주체를 탈구축하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 Author(s)
- 배하은
- Issued Date
- 2019-12
- Type
- Article
- DOI
- 10.22871/mklite.2019..59.012
- URI
- https://scholar.gist.ac.kr/handle/local/8807
- 공개 및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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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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