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를 사랑으로 만드는 기술의 불가능성 - 김수영의 경우
- Alternative Title
- The Impossibility of Technology that Turns Hate into Love - The Case of Kim Su-young
- Abstract
- 이 글은 김수영의 시와 산문에 나타난 혐오의 논리를 분석함으로써,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혐오적 텍스트로 조명된 김수영의 시 세계의 문제성과 현재성을 구명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시에 ‘여편네’ 등 아내를 비하하는 표현이 쓰였고, 아내에 대한 폭력이 재현됨은 잘 알려져 있다. 2015년 이전에는 자기 부정에 주목하여 아내에 대한 혐오를 ‘자기혐오’로 인식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한 논의가 상당수 제출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는 자기혐오가 아내를 매개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다만 김수영이 한국전쟁과 같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을 정면으로 경험했음을 고려했을 때, 그의 시를 여성혐오적 텍스트로 ‘단죄’하는 것은 텍스트에 대한 평면적 독해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김수영의 텍스트를 여성혐오적 텍스트로 규명한 선행 연구의 성과를 이어받는 한편, 비판적 거리를 두고자 한다. 따라서 자기혐오와 여성혐오의 교집합인 ‘혐오’가 혁명의 (미학적) 효과인 새로움의 방법으로 텍스트에 진술됨에 주목하여, 마사 누스바움의 혐오에 대한 고찰을 논의의 지렛대 삼아, 김수영 텍스트에 대한 다시—읽기를 수행했다. 김수영의 50년대 텍스트에 나타나는 혐오는 ‘설움’을 중심으로 분석된다. 설움은 시적 주체의 무력감 및 죄의식과 유관하다. 그는 ‘반역성’을 갖춘 시인인 자신이 열등한 타인들로 구성된 세계를 변혁할 수 없음에 무력감을 느낀다. 이 무력감은 설움으로 표출되며, 그는 설움을 느끼는 자신을 혐오한다. 혐오는 불쾌의 원인이 외부에 있음을 상정하고, 그러한 외부를 배제함으로써 오염되지 않고 순수한 자신을 보존하고자 하는 욕망을 정당화하는 감정이다. 그는 혁명을 수행하지 못하고 생활을 살아가는 자신을 죄지은 자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자기규정에는 논리적 결여가 있다. 혁명의 주체인 시인으로 자기를 정립하기 위해 생활인으로서의 자신을 배제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 시 「여자」에서 여성적 감정인 설움에서 벗어나는 일이 ‘속죄’로 재현되는데, 여기에서 그 논리적 결여가 여성혐오로 전이되는 양상이 포착된다. 김수영이 60년대에 발표한 시와 산문을 두루 검토하면 그러한 전이의 내적 논리가 분석된다. 1960년 4·19 직후 김수영이 영구혁명의 이념과 그 주체로서의 시인에 대한 사유를 전개해 나갔음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시인의 정신을 ‘미지(未知)’로 규정했는데, 그것은 혁명이 기존 체제에 대한 ‘완전한 부정’이라는 점과 유관하다. 문제는 시인이 도래할 새로운 세계가 아니라 기존 체제의 일부라는 점이다. 즉, 시인은 실천으로 혁명을 가능케 하지만, 도래할 혁명을 특정할 수 없다. 이 불가능성의 논리적 결여를 메우는 것이 ‘자학으로서의 종교’이다. 시인은 속물인 자신을 혐오함으로써 기존 체제를 부정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메시아와 같은 주권자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속물인 아내에 대한 혐오는 이 불가능성을 은폐하는 데 동원된다. 말년의 산문인 「반시론」에서는 여성 혐오를 매개로 시적 성스러움에 대한 사유가 전개된다. 종합하면, 김수영의 텍스트에서 혐오는 시인은 불가능한 이상을 ‘가능한 불가능’으로 전환하는 방법론이었다. 그러나 시인 개인이 그러한 전환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공동체의 몫임은 장-뤽 낭시와 같은 여러 현대 철학자들이 이미 논증하였다. 하지만 김수영은 혐오를 매개로 시인을 초월적 존재로 정립함으로써 그 불가능성을 은폐한다. 시인이 메시아와 같은 초인이라면, 공동체 없이도 필연적으로 혁명을 완수할 수 있을 터이다. 그러므로 김수영의 텍스트에 표상된 혐오는 시로써 실천하는 혁명에 대한 그의 사유에 ‘타자로서의 (독자)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논리적 공백으로 기입되었음을 심층적으로 드러낸다. 혐오가 표상된 텍스트를 혐오하지 않으며, 문학사적 유산(流産/遺産)으로서 비판적으로 다시—수용함으로써 한국 근현대문학사를 탈구축하는 작업에 기여하고자 했다는 점에 이 글의 의의가 있다.
- Author(s)
- Choi, Seo Yoon
- Issued Date
- 2024-06
- Type
- Article
- DOI
- 10.22936/sh.71..202406.005
- URI
- https://scholar.gist.ac.kr/handle/local/8595
- 공개 및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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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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