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대한 부정과 전망의 부재 - 한강의 90년대 소설 『검은 사슴』(1998) 다시 읽기
- Author(s)
- 최서윤
- Type
- Article
- Citation
- 인문논총, v.83, no.1, pp.511 - 558
- Issued Date
- 2026-02
- Abstract
- 이 글은 한강의 첫 번째 장편소설 『검은 사슴』(1998)의 서사의 결말과 소설의핵심 이미지인 ‘검은 사슴’에 압축된 주제 의식 사이에 간극이 있음을, 미학적 무의식과문학 글쓰기에 대한 랑시에르의 견해를 논의의 지렛대로 삼아, 텍스트의 내적 논리를 분석하여 규명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이를 통해 90년대 소설인 『검은 사슴』이 갖고 있는, ‘역사’라는 거대 서사와 ‘개인의 진정성’이라는 서사로도 환원되지 않는 고유한 지점을고찰하고자 했다. 그간 한강 연구사에서 『채식주의자』(2007), 『소년이 온다』(2014), 『작별하지 않는다』(2021) 등에 대한 논의는 상당수 축적되었으나, 초기 텍스트인 『여수의사랑』(1995), 『검은 사슴』(1998), 『그대의 차가운 손』(2002)과 관련된 연구는 상대적으로 소략하다. 무엇보다 한강 소설의 초기 평론에 해당하는 김병익의 글에 제출된 “고아의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하는 해석의 틀이 『검은 사슴』에 대한 기왕의 비평과 연구에서 갱신되지 않았음은 문제적이다. 김병익의 논의는 『검은 사슴』에서 석탄산업의 폭력성에 대한 부정이 당사자인 광부 임영석이 아니라 그의 딸인 임의선을 매개로 재현되었음을 간과하게 한다.
그러므로 이 글의 텍스트 분석은 『검은 사슴』이 탄광 산업의 폭력성을 재현한 소설임에 주목하여 진행되었다. 소설의 배경인 황곡시는 가상의 공간인데,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시행 후 황폐해진 폐광 도시로 나타난다. 황곡시의 풍경은 당사자인 광부들이 아니라, 막장에서 광부들의 사진을 촬영하던 장종욱을 매개로 재현된다. 그를 취재한 김인영은 서사의 현재를 이끌어 가는 인물이다. 표면적으로 『검은 사슴』의 서사는 김인영이 대학 후배인 정명윤과 함께 실종된 임의선을 찾기 위해 황곡시에 갔으나 실패하고 돌아오는 이야기로 요약된다. 하지만 ‘검은 사슴’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표상되는 서사의 미래와관련된 핵심 인물은 임의선이다. 광부의 딸이며, 여성 프롤레타리아이자 도시 빈민층인의선은 글쓰기로 자신의 삶을 통합할 수 있는 진실을 발견하고자 하지만 글을 완성하는데 실패한다. 이 실패는 봄날 대낮 오후에 의선이 알몸으로 질주한 후, 광산 사고로 남편이 죽자 정신병이 발발한 자신의 어머니와 유사한 존재가 되는 일로 이어진다. 소설의결말에서 의선을 매개로 ‘검은 사슴’이 제시하는 치유의 (불)가능성이 드러난다. 그러므로 이 소설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은 부재하며, 인물들의 중단없는 운동이 재현된다. 종합하면, 한강 소설의 고유한 지점을 포착한 이 글의 논의는 90년대 소설로서의 『검은 사슴』의 문학사적 의의를 다시 고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Publisher
-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 ISSN
- 1598-3021
- DOI
- 10.17326/jhsnu.83.1.202602.511
- URI
- https://scholar.gist.ac.kr/handle/local/33917
- 공개 및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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